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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 재밌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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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이야기

비밀! 후후후1턴

오늘은 유독 재밌는 날이다. 신기한 것은 오늘이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대학에 간다.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마저 수업을 듣다가 저녁이 되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뿐이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그냥 내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뭔가 일이 일어날 징조라도 되는 것일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토록 두루뭉술한 감정은 생전 처음 느껴 보니까. 뭐가 됐든 일단 생활은 해야겠지.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두부조림2턴

오늘 저녁 반찬은 두부조림. 그런데 두부가 없다. 정확히는 조림용 두부가 없다. 어떡하지? 순두부로 조림을 해볼까? 으깨질 거 같은데. 물끄러미 순두부를 내려다보던 나는 웃어버렸다. 이런 별것도 아닌 것마저 즐겁다니, 역시 오늘은 이상한 날이라. 일단은 마트에 가서 두부를 사 오기로 했다. 겉옷과 지갑을 챙겨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야수의김장3턴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발목이 꺽였다. 순간 그대로 굴러떨러질뻔 햇지만, 내가 누구던가! 기계체조 국가대표이자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몸을 틀어 완벽한 착지를 하며 부상을 면했다. '후... 역시... 평소에 체력훈련을 게을리 안하길 잘했어.'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아파트 주 출입구를 나와 신호릍 기다리는데 갑자기 옆에서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놀란눈을 한 기사와 눈이마주쳤다. 피할 틈새도 없었다. '젠장, 이대로 끝인가...'

요정4턴

...피할 틈새도 없었다. '아, 이렇게 끝인가...' 생각한 순간, 내 안의 '체조선수 본능'이 이성을 지배했다. "끝은 무슨, 아직 금메달도 못 땄는데!" 쾅! 충돌 직전 버스 보닛을 딛고 공중 3회전으로 날아올랐다. 완벽한 착지. 버스는 트럭을 들이받고서야 멈췄고, 피범벅이 된 기사가 기괴하게 웃었다. "다음엔 안 놓쳐..." ...네? 브레이크 고장이 아니라고요? 소름이 돋았지만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했던 이유를 이제 알겠네. 누군가 날 죽이려 한다. 대체 누굴까...? 체조만 하느라 남한테 원한을 쌓은 적도 없는데. 나는 운동화 끈을 다시 바짝 조여 매며 중얼거렸다. "덤벼라. 오늘 저녁 두부조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먹을 테니까!"

돌가빈5턴

생각해보니 나의 본분을 잊고 있었다. '세상이 평화로워서. 그걸 잊었구나.' 사실, 몇 해 전 올림픽 도중에 난 기이한 빛에 휩쓸려 이세계 루트를 탔었다. 운 좋겠도 마왕을 물리친 덕에 다시 본래 세계로 돌아온 악역영애 빙의였다. 뭐, 그곳에선 선역으로 활동했지만. 아무래도 본래 세계로 돌아오는 도중에 마왕의 잉여물들이 엉켜서 따라붙은 건 아닐까? '에이. 그럴...아.' 생각을 더듬던 중 뒤통수가 얼얼했다. 온연히 내가 했던 실수를 떠올랐으니까. '트리플악세르 님! 어서! 마무리 점프를!' '그렇지만!' 마왕의 용안에 실은 설렜다. 두부만큼 뽀얀 피부, 차마 무게를 실은 내려찍기로 마무리를 하지 못했었다. 어영부영 토벌의 결과는 결국 미상의 빛에 휩쓸려 이곳에 다시 전이한 결과를 빚었었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가들

  • 비밀! 후후후
  • 두부조림
  • 야수의김장
  • 요정
  • 돌가빈